01 병은 유리, 라벨은 플라스틱을 깜빡하는 순간
집에서 열심히 와인병이나 맥주병을 모아서 유리병 수거함에 넣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부 폐기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얼마나 허탈할까. 분명 재활용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재활용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상황. 그 이유는 바로 병에 붙어 있던 라벨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리병에는 플라스틱 소재의 라벨이 붙어 있다. 이 라벨을 떼지 않고 그대로 배출하면, 재활용 과정에서 유리와 플라스틱이 분리되지 않아 오염물로 취급돼 버린다. 결국 수거된 유리병 전체가 폐기물로 처리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게 된다.
라벨을 제거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따뜻한 물에 병을 5~10분 담가두면 접착제가 약해지면서 라벨이 쉽게 떨어진다. 억지로 손톱으로 벗기려다 병이 깨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어 안전하기도 하다. 또, 병뚜껑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 병뚜껑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나 금속 재질이기 때문에 유리병과 같이 배출해서는 안 된다.
혹시 병 입구에 고무 패킹이 달려 있는 제품이라면, 이 패킹도 분리해주는 것이 더욱 완벽한 분리배출을 만드는 방법이다.
■ 꼭 기억하자
- 유리병은 깨끗이 헹군 뒤, 라벨과 뚜껑을 완전히 제거하고 배출해야 한다.
- 플라스틱 라벨은 플라스틱류, 금속 뚜껑은 캔류로 각각 따로 분리.
- 유리병 본체만 남기고 배출하는 것이 재활용 성공률을 높인다.
- 조금 번거롭지만 이 작은 수고가 지구를 살리는 큰 발걸음이 될 수 있다.
02 플라스틱 통 안에 남은 내용물이 문제
샴푸나 로션 통을 다 썼다고 해서 바로 플라스틱 수거함에 넣었다면, 잠깐 멈추고 다시 점검해보자. 통 안에 남아 있는 잔여물이 생각보다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제품은 재활용 공정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통 안에 남아 있는 샴푸, 로션, 소스류 같은 물질들은 이 과정을 방해한다.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재활용 자체가 어려워져서, 깨끗했던 다른 플라스틱들과 함께 전량 폐기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점성이 강한 제품들, 예를 들면 케첩, 마요네즈, 샴푸는 흐르지 않고 용기 안에 달라붙어 있어서 간단히 털어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따뜻한 물을 용기에 절반 정도 붓고 뚜껑을 닫은 채 흔들어가며 깨끗하게 헹구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가능하면 이 과정을 두 번 정도 반복해서 완벽히 내용물을 제거하고 배출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펌프형 용기의 경우, 펌프 부위는 몸통과 다른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그러니 본체와 펌프를 분리해서 따로 버려야 한다. 몸통은 플라스틱류로, 펌프는 별도로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 꼭 기억하자
- 플라스틱 통은 내용물을 깨끗하게 제거한 후 배출.
- 펌프는 본체와 분리해 각각 따로 배출.
- 물을 이용해 헹구기 과정을 두 번 이상 반복하면 재활용 성공률이 높아진다.
조금 더 정성을 들이면, 우리 모두가 버리는 플라스틱이 진짜 자원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03 이게 플라스틱이 아니라고? 헷갈리는 포장지의 함정
과자봉지나 커피믹스 포장을 들고 있을 때, 대부분은 아무 생각 없이 비닐류로 분리해서 버린다. 하지만 이게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다.
대부분의 과자봉지나 커피믹스 포장은 단순 비닐이 아니라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결합된 복합재질이다. 이런 복합재질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재활용 공정에서 재질을 분리해낼 수 없어 결국 일반쓰레기로 분류되는데, 이를 비닐류에 잘못 버리게 되면 전체 비닐 재활용 품질까지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합재질 포장지를 간단히 구별하는 방법도 있다. 포장지를 구겨봤을 때, 구긴 자국이 그대로 남아 펴지지 않으면 복합재질이다. 반대로 구겼다가 펴도 쭈글쭈글한 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플라스틱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스낵 포장지, 냉동식품 포장, 커피믹스 낱개 포장지 등은 90% 이상이 복합재질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반쓰레기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
■ 꼭 기억하자
- 복합재질 포장지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일반쓰레기로 버린다.
- 구겨서 확인하는 초간단 방법으로 재질을 구별할 수 있다.
- 헷갈릴 때는 은박 느낌이 나는지 여부도 함께 확인하자.
이 작은 구별법 하나로 재활용 품질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04 스티커와 테이프를 떼지 않은 종이박스는 실패
택배를 받고 나서 박스를 잘 접어 배출했는데, 종이 수거일에 그대로 버려진 박스를 발견한 경험이 있다면 아마 이 실수를 범했을 가능성이 크다.
택배박스에는 반드시 송장 스티커, 테이프를 제거해야 한다. 이 스티커나 테이프는 플라스틱 성분이라 종이 재활용 과정에서 방해가 된다. 종이는 물에 풀어 섬유질로 만드는 '펄프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비닐이나 접착제가 섞이면 섬유가 끊어지고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붙어 있는 투명 테이프나 스티커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며, 종이처럼 생긴 갈색 크라프트 테이프는 종이 재질이기 때문에 떼지 않아도 된다. 구분이 애매하다면, 손으로 찢었을 때 섬유질이 보이면 종이 테이프, 찢어지지 않고 늘어나면 비닐 테이프다.
송장을 깔끔하게 떼어내고 싶을 때는 헤어드라이어를 활용하면 된다. 따뜻한 바람으로 송장을 30초 정도 가열하면 접착제가 약해지면서 쉽게 떼어진다.
■ 꼭 기억하자
- 종이박스는 테이프와 스티커를 완전히 제거한 후 배출.
- 크라프트 테이프는 예외적으로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 박스 수거 거부가 났을 때는 스티커 제거 여부부터 확인하자.
조금만 신경 써도 우리 동네 재활용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05 젖은 종이컵과 기름 묻은 피자박스의 함정
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종이류로 분리배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종이류는 오염 여부에 따라 재활용 가능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음식물이 묻은 종이나 기름에 젖은 피자박스, 물에 젖은 종이컵 등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오염된 종이는 펄프화 과정에서 불순물로 작용해 재활용을 방해한다. 특히 종이컵은 안쪽에 얇은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 있어서 일반 종이와 다르게 처리해야 한다.
기름 묻은 피자박스는 오염된 부분만 가위로 잘라내고, 비교적 깨끗한 윗면만 종이류로 배출하면 된다. 종이컵은 일부 지역에서는 종이컵 전용 수거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반쓰레기로 분류하는 것이 원칙이다.
■ 꼭 기억하자
- 젖은 종이나 기름 묻은 종이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한다.
- 피자박스는 오염되지 않은 부분만 종이류로 배출 가능하다.
- 종이컵은 지역에 따라 별도 수거 여부를 확인하고 배출한다.
작은 구분 하나가 재활용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결론
작은 습관이 지구를 살린다
분리배출은 단순히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하고 배출하는 그 과정 자체가 자원 재생의 시작이다. 그리고 오늘 알아본 다섯 가지 실수만 바로잡아도, 우리 사회의 재활용률은 눈에 띄게 올라갈 수 있다.
처음에는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병에 붙은 라벨을 떼어내고, 플라스틱 통을 헹구고, 송장을 떼어내는 일은 분명 추가적인 수고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1분, 2분이 모여 우리가 사는 지구를 조금 더 깨끗하게 지키는 커다란 힘이 된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올바른 분리배출을 시작해보자.
지구는 당신의 노력을 기억할 것이다. 🌏